성인 ADHD 어린시절 이야기

예민한 , 손이 많이 가는 , 게으른 아이

ADHD 진단을 받은 건 성인이 되고 나서지만,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확실한 티가 났다. 예민하고, 참을성 없고, 충동적이고, 감정에 예민하고, 이따금씩 과몰입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웠으며, 돈 관리는 세상 엉망 진창이었다.

엄마에게 늘 듣던 말은 “넌 이게 안보이니?” “옷은 벗었으면 걸어야지” “여자애가 방이 이게 뭐니?” “아휴, 이 책상 좀 봐라” 등등. 좁다는 핑계를 대더라도 커버 되지 않는 내 방의 지저분함은 누가 봐도 늘 선을 넘어 있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 있어야 할 게 저기 있고, 없어도 되는 물건은 필요 이상으로 쌓여 있고, 있는지도 몰랐던 물건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곤 했다. 책상 밑에서 옷 뭉치가 발견되는 식으로.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엄청나게 극성인 스타일이 아니었다 보니, 잔소리를 하더라도 체벌을 하거나, 심하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교육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끔 엄마가 다 치워주거나, 그저 그리 불편해 하지 않는다면 니가 알아서 해라, 라는 식이었으니, 정리를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그렇게 스트레스가 되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단지 침대 위에 쌓아둬서 교복이 구겨지는 바람에 다음날 학교를 갈 때 그냥 입어야 했다던지, 필요한 물건을 바로바로 찾지 못해 다시 한 번 책상을 뒤집어 엎다 보면 더 엉망이 되어가는 방을 보아야 했다는 정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거 하나 만으로도 ADHD 의 가능성을 의심해 봤더라면, 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절엔 아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게 병의 증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단지 좀 게으르고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을 뿐이다.

선물은 다 뜯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충동적인 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나는 에피소드다.

내가 어릴 땐 생일파티를 엄마가 집에서 해주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그러면 대부분 반 친구들은 학용품 세트를 선물로 사 오곤 했다. 학교 근처 문방구나 팬시점 같은 곳에서 사 오기 때문에 구성도 비슷하고, 아예 같은 제품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았다.

대략 10개 남짓의 선물을 받은 그 날 저녁, 같은 제품은 사실 뜯지 않고 보관했다가 나중에 사용해도 되고, 여차하면 다시 선물로 갖고 가도 될 텐데, 나는 앉은 자리에서 전부 그 선물들을 뜯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리고 매번 새걸 써야 기분이 좋았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새 물건을 좋아하겠지만 유독 심했던 것 같다.

엄마는 처음엔 나를 설득하다가 나중에는 포기했다. 아무리 말려도 숨겨 놔도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다 뜯어서 써버리고야 말았고, 그 중에 끝까지 닳도록 쓴 물건은 없었다. 그러니 물건이 쌓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에서야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만족감을 지연하지 못하고 계속 찾는 특성, 충동성 때문에 물건이 쌓이고, 구조화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정리 정돈이 안되었을 것이다. 그게 연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결론적으로 게으른 맥시멀리스트의 싹을 키운 것이 아닐까 싶다.

다음번에는, “너는 늘 양은냄비야” 라고 했던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온갖 것들에 손을 대던 이야기를 해 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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