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냄비같던 ADHD 의 사랑과 연애

나는 금사빠였을까, 아니면 이것도 ADHD 의 특성이었을까. 도파민이 넘쳐 흐르는 첫 설렘의 느낌은 누구나 좋아하겠지만 유난히 깊게 빨리 빠지고 질리기도, 질리게 하기에도 금방이었던 나의 사랑과 연애는 괜찮아 지긴 할까?

도파민과 직진형 ADHD

꽤 일찌감치 이성에 눈을 떴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사랑’이라는 건 몰라도, 동성 친구들보다는 이성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이 갔고, 친해지다 보니 관심을 표현하는 남자아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편지를 주기도 하는 그 작은 관심들이 마음 속에서, 머릿속에서 반짝반짝 톡톡 터지듯 만족감을 선물했다.

그 어린 아이에게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같은 것은 없었겠지만, 1차원적으로 누군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사실, 나 역시 누군가를 볼 때 달라지는 내면의 묘한 느낌이 도파민과 연결되는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대략 중학생 시절부터 사춘기와 맞물려,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기 시작했다.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라고 느끼며 상대를 내 인생의 중심에 두고, 그를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시기로 접어들었다. 비록 상대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주 망나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지금 돌아보면 도파민이라는 건 참 무서운 게, 현저하게 분비될 때는 정말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게 만들고, 합리화를 기가막히게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불킥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나는 그 시절 미친 연애를 했다. 사기를 당하고, 배신을 당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을 잃었다.

넌 양은냄비야

엄마는 늘 말했다. 너는 금방 끓었다가 금방 식는다고. 양은냄비라고.

그때는 신경도 깊게 쓰지 않고 그저 기분이 나쁘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나는 아직 뚝배기는 아닌 것 같다. 이제 갖다 대면 뭐든 얼마든지 갖다 댈 수 있을 것만 같다. 이것도 ADHD의 한 자락인 걸까?

그렇게 수 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나는 금사빠 양은냄비의 행보를 계속했다. 급기야는 내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은 사람임에도 뭐 하나에 꽃히면 그냥 헌신적으로 직진했다. 그리고 문제는 내 쪽에서 금방 질려버리거나, 내 직진에 지친 상대가 질려버렸다는 사실이다.

헤어짐을 겪어도 3개월 안에 바로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와 연애를 시작했고, 나이를 먹으면서는 사귀는 기간은 점점 늘어나긴 했지만 평균 1년을 채 버티지 못하는 관계에 점점 지쳐버렸다. 나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아마도, 상대의 어떤 한 부분에 꽃히는 게 가장 주된 증상(?)인 것 같다. 종합적으로 훑어보고 판단하는 시간과 공간을 마음으로 갖지 못한달까. 구조화가 어려운 특성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1시간 거리에 살던 남자친구를 보겠다고 365일중에 300일 이상을 왕복했던 기억도 나고, 직장이 강동인데 인천에 사는 남자친구를 보겠다고 야근 후에 출발해서 새벽에 돌아오던 기억도 난다. 모든 것이 이성보다는 순간의 감정을 기반으로 선택되었다.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지만 누가 들으면 미쳤지.. 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 충동성은 어쩔.

그렇게 나는 내 마음에 취해, 나의 기복을 조절하지 못하고 애정을 퍼붓다가 제 풀에 지치거나 상대가 지쳐 관계가 끝나는 연애를 반복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내 인생은, 내 사랑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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