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배터리 검사 를 받고왔다 (종합심리검사) 고지능 ADHD의 가능성?

ADHD와 우울증이 버무려진 버거운 인생,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었다. 결국 거금을 들여 풀배터리 검사 를 받아 보았고, 예상했던 것 반, 예상을 웃도는 결과 반, 결과적으로 나를 좀 더 아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풀배터리 검사 종류

종합심리검사라고도 하는 풀배터리 검사 에는 꽤나 많은 종류의 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https://namu.wiki/w/%EC%A2%85%ED%95%A9%EC%8B%AC%EB%A6%AC%EA%B2%80%EC%82%AC

병원이나 센터에서 모든 검사를 하거나, 몇 가지 문항검사는 집에서 해오도록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문장완성검사와 MMPI-2 검사를 집에서 진행했다.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지 않고 쭉 이어서 하도록 권유하셔서 두 가지 검사를 다 하는 데 두시간정도 걸렸다. 비슷한 문항이 나오기도 하고 워낙 갯수가 많아서 뒤로 갈 수록 지루하고 지치기는 하더라. 하지만 비싼 검사니까….

나머지 검사들은 센터에 가서 임상심리사 선생님과 마주앉아서 온갖 검사들을 하게 되는데, 나중에 결과지에는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의 옷차림새나 표정, 행동 등등을 모두 관찰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검사에 임하는 태도부터가 검사인 셈. 말 그대로 풀배터리 검사 ..

검사 비용, 결과 상담

검사는 마인드카페 심리상담센터 용산점에서 받았고, 해석상담은 원장님과 함께 했다. 아무래도 첫 상담때 함께 했던 상담사이기도 하고, 상담사가 바뀌면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다 해야 하는 것도 번거롭고 해서. 상담 비용은 원장선생님이라서 5만원 더 비싸다. 회기당 15만원.

풀배터리 검사 비용은 45만원이었다. 후덜덜한 금액이었지만 한번에 속속들이 다 검사 하고 속시원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커서 그냥 시원하게 긁었다. 사실 궁금증이 100% 해소된 건 아니지만, 정신건강 분야에서 어차피 100%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도 같고.

검사 45만원에 해석상담 15만원. 총 60만원 든 것 같다.

ADHD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이번 검사 결과의 특징을 몇 가지 짚어보자면,

  1. 지능이 꽤 높다.
  2. 우울증이 오래되어서 성격화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3. 검사과정에서 ADHD의 전형적인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렇게 크게 나눌 수 있었다.

예전에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ADHD로 보이는 에피소드들은 어릴 때부터 충분히 있는 것 같고, 그로 인한 불편도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머리가 좋아서, 뇌의 다른 기능들이 증상들을 상쇄하면서 지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었는데, 이번 검사 결과에 따르면 웩슬러 지능검사 기준 상위 7%의 지능 점수가 나왔다. 심지어 산수 문제를 듣고 맞추는 능력은 상위 3%. 머리는 좋은데 왜 공부를 안하니, 의 전형적인 결과치였다. 어디선가는 고지능 ADHD라고 부르기도 한다던데.

집중력 문제를 겪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의사나, 판 검사 같은거? 부질없는 상상을 해 본다.

우울 측도에 대해서는 꽤 심각했다. 중등도 이상의 우울 불안을 경험하고 있으며, 자살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결과. 부정적인 자아상이 오랫동안 강하게 자리 잡은 탓에 잘한 것에는 인색하고, 실수에는 관대하지 못한 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약을 한동안 챙겨 먹었음에도 이렇다 하게 좋아지는 걸 느끼지 못한 이유는 이것이 성격화 되어 버려서일 가능성이 높아서 라고.

그리고 임상 심리사 선생님과 마지막에 면담을 하면서도 들은 이야기였지만, 약 3시간 동안 여러가지 검사를 하면서 본인이 보기에ADHD의 전형적인 행동들이 보이지는 않았다고. 어릴 때 부터 겪어온 문제로 봐서는 의심이 되고, 약물 치료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선은 우울 증상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나서 다시 한번 봐야겠다고.

아주 심한 유형의 ADHD를 가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침착하게 열심히 검사에 응한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애초에 검사 자체를 내가 하고싶어서 한 거였고, 하나하나 할 때마다 흥미롭긴 했던 데다, 지루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또 잘해야 할 것 같은 마음,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성실하게 임했던 게 산만하지 않은데? 가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째뜬 지금의 문제는 ADHD보다 만성으로 굳어져 버린 우울 증세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한동안 우울증 약물치료를 열심히 해보고, 필요할 때마다 ADHD 관련 치료도 병행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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