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는 공부 를 못하는 게 아니다

ADHD 는 공부를 못할까?

ADHD 와 공부 의 연관성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적당히 머리가 좋았지만 학습을 꾸준히 하기 어려웠다. 해오라는 과제는 수행할 수 없었고 예습 복습도 하지 못했다.

내 옆에는 누군가 꼭 붙어 있어야 했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하라는 걸 조금 집중할 수 있었다. 소수 정예 학원이나 과외가 맞는 타입이랄까.

누가 붙들고 시키면 이해력은 빨라서 얼추 잘 맞추니 학교 공부는 낙제할 정도로 못하진 않았다. 오히려 중상위권은 늘 유지했다. 그래서 더 몰랐을 것이다. 요즘은 공부는 꽤 하는 고지능 ADHD 라고 불린다 하더라.

지금 생각하면 나의 경우에는 아마 어릴 때 ADHD 의 특성이 제대로 드러난 게 공부 쪽이 아닐까 싶다.

집중력이 잘 흐트러지지만 한 가지 무기가 있다면 ‘과몰입’ 인데, 흥미가 있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는 엄청 깊게 오랫동안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종종 자폐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한 가지에 과몰입하는 게 ADHD 에게 늘 있는 일은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정말 다행히 책에 꽃혔던 시기가 있었다. 엄마가 큰맘 먹고 사줬던 만화로 된 전집이 있었는데, 책꽂이 하나를 꽉 채운 그 책을 나는 전부 몇번씩 돌려 읽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책꽂이 앞에 그냥 서서 읽은 적도 있었다는 사실과, 에베레스트, 사하라 사막, 마리아나 해구 등의 이름을 그 때 거기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게 내용에 대한 재미였는지, 읽는 것에 대한 재미였는지, 읽는 것을 잘 하니 말로도 잘 읽었다.

수업 시간에 졸지 말라고 본문을 입으로 돌아가면서 읽게 시키던 국어 선생님이 있었는데, 앞에 읽던 애가 발음을 틀리면 바로 다음 타자가 읽어야 했다. 내 차례가 오면 다들 긴장을 풀었다. 내가 끝까지 다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렇게 언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계속되어 고등학교때까지 서점을 밥먹듯이 들락거렸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사실 가슴이 철렁하다. 학교 공부 는 당연히 편차가 심했다. 국어나 언어쪽은 늘 상위권, 수학이나 국사 같은 암기과목은 쭉쭉 떨어져 20점대까지 맞은 적이 있다. 결국 포기했다지.

결정적으로 나의 활자 과몰입 증상은 수능 언어영역을 1등급 맞으며 운 좋게 대학을 들어가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게 오해가 커지고.. 진실은 드러났다

우리 아빠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고, 의사 변호사 판사 뭐 이런 거 하나는 할 줄 알았단다.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놨던 탓에 문해력의 덕을 보았지만 나머지 엉덩이로 하는 과목들은 다 엉망이었기 때문에 그 편차 심한 성적으로는 일류 학교까지는 갈 수 없었다.

모두가 내가 머리가 좋은데도 공부를 안 한다고 생각했다. “너는 하면 잘 할 텐데 도대체 왜 안 하니” 라는 말 많이 들은 사람이 나다. 결국 수능 100일 남기고 학원 다니기 시작해서 벼락치기로 대학에 입학한 나는 스스로 해야 하는 대학 공부에 적응하지 못했다.

일단 자율적으로 시간표를 짠다는 것의 함정.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고, 요일마다 바뀌는 스케쥴은 스트레스였다.

공부량도 많고, 레포트나 보고서를 써 내는 일은 나에게 버거웠다. 대학 생활 내내 레포트를 내본 적은 한 두번 정도다. 졸업논문이라는 건 쓸 수 없겠구나 라고 직감했다. 대학에서의 시험은 오지선다형이 아니었다. 못하는 걸 하러 시험장에 가기 싫어 시험을 안 봤다. F 학점이 쏟아졌다.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대학은 내가 원하던 생활이 아니었다. 결국 4학년 1학기까지 꾸역꾸역 다녀놓고 특유의 충동성을 이용해 학교를 그만 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ADHD 는 공부의 영역에서도 나의 삶에 아주 뿌리 박혀 있었다. 왜 몰랐을까. 알았다면 훨씬,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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