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와 연애하면 뭐가 가장 힘들어?

나는 조용한 ADHD다. 과잉행동이 강하진 않지만 분명 관련 증상으로 불편한 삶을 살고 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을 힘들게 한다. 그에게 남자친구로서 나와 만나며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ADHD 에게 연애는 마냥 힘들고 힘들게 하는 것일 뿐인지.

“병이라는 이름 뒤로 숨지 않았으면 좋겠어”

얼마 전, 유난히 감정의 소용돌이로 힘들던 날 그가 말했다.

자기는 잘 몰라서 이렇게 말 하는 것도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ADHD 라는 병명 뒤에 자꾸 숨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병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 노력의 여지가 줄어드니까.

이런 나와 연애를 하면서 그는 꽤 힘들었을 테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가뜩이나 죄책감이 많고 삶의 만족감이 낮은 나와 함께라서 신경이 많이 쓰일 텐데, 그가 나의 눈치를 자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상했다. 숨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겠지만 누구보다도 극복하고 싶은 게 당사자의 마음인데, 병이라는 건 의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병이니까. 내가 그렇게 비춰졌다는 것에.

호르몬이 부족해 다른 사람보다 누리지 못하는 게 많은 감정 상태. 잘 하고 싶은데 뇌가 따라주지 않을 때 느껴지는 박탈감. 성숙한 인간이고 싶어서 참고 또 참고 조심하면서 사느라 예민해 지는 신경. 속상하긴 하다. 그는 평생 이 마음을 공감하지는 못할 테니까.

숨으려고 했다기 보단 나는 왜 이러지에 대한 자책을 내려놓는 방법으로 ‘그래, 잘못된 게 아니라 아픈 거야’ 라는 생각을 하려고 애쓴 부분이었다. 그래야 감정적으로 나를 너무 옥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픈 건 나아질 수 있는 거니까.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아파서 불편한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상대방에게는 핑계를 댄다고, 숨는다고, 그렇게 비춰질 수 있구나.

“앞으로의 계획이 뭔지 몰라서 불안해”

ADHD 가 정리와 구조화가 안된다는 것은 금전적인 계획에도 연결된다. 거의 1년간 공존 질환인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몸에 이상이 왔고, 살기 위해 일을 쉬면서 생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와버렸는데, 나름대로 다시 일어서려고 세웠던 많은 계획들이 착착 실행되지 않는 것을 보며 그는 불안하다고 했다.

연애를 한다고 해서 서로의 삶을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도, 서포트 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돕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당장 그의 상황도 나를 서포트할 만큼의 상황은 아니었기에 더 속상했나 보다.

호기롭게 계획을 세워놓고는 금방 힘들어 하고, 또 다른 것에 눈을 돌리고,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또 금전적으로 펑크가 나는 상황을 보면서 그는 많이 불안해 했다.

역시나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한 건 나이긴 하다. 하지만 성격상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거나, 힘든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는 편이다 보니, 내가 노력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을 것이다. 물론 보통의 사람들만큼 치열하지 못한 것도 맞는 것 같고.

그 와중에 선택한 노력이 이렇게 나에 대해서, ADHD 인간으로서 사는 삶을 하나씩 기록하는 것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눈 앞에 있는 어떤 것을 수행하는 것.

무계획으로 비춰지거나, 앞날에 대해서 생각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 그는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엄청 힘들진 않은데 손이 많이 가긴 하지”

우리 집에 놀러 오는 날이면 그는 우리 집 밀린 분리수거와 설거지를 해주느라 바쁘다. 매번 그가 오기 전에 해놓고 싶지만 어찌나 팔다리가 무거운지. ADHD 의 귀찮음은 좋아하는 것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더니 청소는 어지간히 싫은가 보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청소를 하고 난 뒤의 성취감이 좋아서 하게 된다던데, 나는 만족감 지수가 낮아서 그런가 그런 건 잘 못느끼겠고 뭔가 의미없는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것 같다. 어지러운 환경에서 안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그 어지러운 환경을 스스로 정리해 내지 못하다니 참 슬픈 병이다.

결국 나는 매번 어지르고, 잊어버리고, 놓고다니며 내 옆에 있는 사람을 귀찮게 한다. 손 많이 가는 연애,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를 실천해 보고 있다.

어떤 연애든 서로 안맞아서 힘든 부분들은 있다고 본다. 꼭 ADHD 와의 연애만이 힘든 건 아닐거라고. 하지만 적어도 노력하면서 맞춰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 질환이 없어도 치고박고 싸우는 커플들도 많은걸. 비록 주의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이 부족한 게 아닐 테니까.

이전글 <양은냄비같던 ADHD 의 사랑과 연애>

Leave a Comment